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리골레토 줄거리와 방문기 :: 햄윤의 뉴욕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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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리골레토 줄거리와 방문기
    뉴욕/뉴욕공연전시미술 2019. 4. 30. 06:03

    투데이틱스로 산 리골레토 티켓

    지난 금요일에 링컨센터에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고 왔습니다! 투데이틱스를 이용해서 티켓을 당일 구매했고요. 좌석은 오케스트라 (1층) 뒤쪽 살짝 오른쪽 자리였습니다. 뒤쪽인지라 2층 객석으로 시야가 조금 가렸지만, 공연을 보는데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었고요. 제 자리에서는 인물들이 잘 보이긴 했는데 표정이 잘 보일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줌을 당기지 않았을 때 사진

    이 날은 공연이 이탈리아어로 진행이 되었고, 자막으로는 영어 등등이 있었으나, 선택할 수 있는 언어 중 제가 아는 언어는 영어만 있었으므로 당연히 영어를 선택했습니다. 이 때 깨달은 것은, 마술피리가 영어로 진행이 되어서 보기 편했다는 것입니다. 마술피리는 그래도 자막을 좀 안봐도 내용을 얼추는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리골레토는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다 보니 자막을 안보면 1도 알아들을 수 없어, 계속 자막보고 무대보고, 자막 보고 무대 보고, 이 짓을 공연 내내 반복해야 했습니다. 

    특히 리골레토는, 징슈필인 마술피리보다는 좀더 노래마다 호흡이 길고, 춤이나 움직이는 동선이 많이 없었는데요. 계속 한 자리에 서서, 아니면 앉아서 계속 대사를 치거나 노래를 합니다. 중간 중간 떼샷 (2-30명의 남자들)으로 노래를 같이 부를 때도 있지만, 거의 주요인물들만의 무대가 대부분입니다. 스토리를 모르고 가거나 내용을 알아듣기 힘드신 분은 재미없을 수 있습니다.

    공연장의 음료나 스낵들은 늘 바깥에서 파는것보다 비싼데 여기 커피는 그래도 가격이 괜찮은편. 지하에 있다.

    리골레토 줄거리 (스포주의)

    주의: 제가 본 리골레토는 1960년대 라스베가스를 배경으로 각색한 스토리였는데요 (하지만 노래는 이탈리아어로... 왜?), 그래서 원래 스토리랑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마술피리도 그렇고 리골레토도 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나라 막장드라마같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살짝 덜 자극적이고, 여성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느껴집니다. 

    리골레토는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리골레토라는 광대가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의 바람 상대들의 남편이나 아버지들을 골리다가, 한 여인의 아버지에게 저주섞인 말을 듣게 되고, 자기 딸을 숨기지만, 결국 그 딸은 자기 정체를 숨긴 만토바 공작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 리골레토가 만토바 공작에게 보낸 자객에게 만토바 공작 대신 스스로 목숨을 던진다는, 그런 스토리입니다.

    보면서 고구마 백 개 먹은 듯한 지점들이 여럿있었는데요. 하나는 리골레토가 딸을 숨길 때입니다. 딸을 교회 외에는 바깥 출입을 안 시켜서 심지어 여자친구(?) - 원래는 Prostitute 이지만, 공연볼 때 자막은 Girlfriend 라고 나왔습니다 - 로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아, 리골레토가 골렸던 남자들에게 딸이 납치를 당합니다. 이때 너무 화가 나는게, 아무도 딸을 제대로 된 사람 취급을 안한다는 것이에요. 물론 리골레토가 딸을 사랑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래도 주체적인 하나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납치하는 사람들도, 왜 리골레토가 아닌, 리골테토의 여자친구로 여겨진 그의 딸, 질다를 대신 납치하는지 모르겠네요.

    질다는 교회에서는 몇 번 만났지만, 이 날 처음으로 얘기를 나눠본 만토바 공작과 갑자기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데요, 이걸 보면서 너무 답답했던게, 일단 질다가 만약 그렇게 갇혀지내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사랑에 빠질수 있었을까, 결국 리골레토가 너무 가둬놓고 키워서 너무 순진하게 커서 그런거 아닐까 싶었고, 또  그를 위해 죽으면서 그에게 알리지도 않고 죽습니다. 이런 개죽음이 어딨을까요... 차라리 그 자객을 회유를 하거나 하면 되지 굳이 왜 죽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인 리골레토에게 그(만토바 공작)를 용서하라는 말을 남기지요. 

    이때 만토바 공작은 자객의 여동생과 밀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만토바 공작은 우리에게는 하이마트 노래로 유명한 '여자의 마음'을 허밍을 하고, 이걸 들은 리골레토가 만토바 공작이 죽은게 아닌 자기딸이 대신 죽은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드라마나, 뮤지컬 등등 스토리를 들으면, 정이 가는 캐릭터와 정이 안가는 캐릭터가 있기 마련인데, 리골레토를 봤을 때 느낀 점은 정말 정이 가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였습니다.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나, 남의 딸 귀한 줄 모르다가 자기 딸을 잃은 리골레토, 어이없는 희생을 하고 자기 아버지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질다, 다른 사람 죽여놓고 착수금과 그 나머지 금액까지 받아간 자객, 그리고 만토바 공작에게 홀려, 아무나 대신 죽이라고 한 그 자객의 여동생 그리고 찌질하게 리골레토 대신 리골레토 여자친구인 줄 안 그의 딸을 납치한 여러명의 남자들 모두 다 너무 정이 가지 않았어요. 이 와중에 악역인 돈도 있고 명예도 있는 공작이 끝까지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는 씁쓸하게도 현실적이네요.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아름다운 샹들리에

    그리고 이 각색된 공연 자체 스토리는, 왜 각색을 했는데도 150년 전 스토리에서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 였어요. 라스베가스를 굳이 배경으로 바꾼 이유를 잘 모르겠었거든요. 공연 소품들 (네온 싸인, 자동차) 그리고 의복들이 현대식이고, 3막 시작에서 반라의 스트리퍼가 나오는 것 이외에는 뭐가 라스베가스라는 건지 모르겠었습니다. 특히 스트리퍼 나오는 부분은 의도가 나쁘다고 느껴졌어요. 굳이 내용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반라의 스트리퍼... 나쁜 각색이었어요. 그리고 소품, 의복이 현대식이면 뭐합니까. 내용은 베르디가 만들었을 때와 비슷한 걸요. 이럴 거면 요즘 시대상을 반영한 내용도 각색이 되었어야 했다고 봐요.

    스토리는 이렇게 정 안가는 스토리였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정말 너무 멋졌습니다. 특히 세 주인공, 리골레토, 질다 그리고 만토바 공작은 너무너무너무 멋졌어요. 만토바 공작은 정말 역할에 충실하게 꿀떨어지는 목소리를 뽐내며, 한껏 얄미운 바람둥이 연기를 잘 했습니다. 목소리가 진짜 너무 좋았고 하이마트 노래 부를때 정말 좋았네요. 질다 역할의 배우도 고음이 쭉쭉 올라가며 정말 노래를 너무 너무 잘하고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연기와 노래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멋졌지만, 스토리 자체는 별로였네요. 하지만 기억에는 무척이나 남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공연을 보고난 후 비가 그쳐서 켜진 분수

    리골레토는 링컨센터에서 5월 10일까지 공연됩니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리골레토 공식 홈페이지

     

    Metropolitan Opera | Rigoletto

    In a remarkable career spanning six decades in the theater, Giuseppe Verdi (1813–1901) composed 28 operas, at least half of which are at the core of today’s repertoire. His role in Italy’s cultural and political development has made him an icon in his nati

    www.metope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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